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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디자인 (Car Design)

자동차 디자인과 컴퓨터

by 이를리에 2022. 11. 20.

지난호에 예고한 대로 자동차 디자인에 있어서 컴퓨터의 응용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살펴본다. 특히 아트센터와 같은 디자인 학교에서 어느 수준까지 컴퓨터 교육을 해오고 있으며, 학생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이끌어나가는지를 소개한다.

글: 김성용(홍익대 교수)

 

지난 4월에 졸업한 자동차 디자인학과 학생들 중에 특히 컴퓨터를 이용한 프레센테이션에 탁월한 표현력을 보여주었던 반상욱(한국인) 군의 포트폴리오에서 핵심이 되는 부분만을 간추려 간략하나마 컴퓨터가 산업 디자인 분야에서 응용될 수 있는 실례를 보이고자 한다. 그동안 산업 디자인 분야 중 특히 제품 디 자인 프로세스에서 컴퓨터 테크놀로지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자연스럽게 수많은 작업 진행이 컴퓨터를 통하여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디자인 분야에서 응용되는 소프트웨어는 알리아스(Alias) 사의 3D 모델링과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으로서 UNIX 시스템을 기초로 하고 있다. 하드웨어는 거의 대부분이 실리콘 그래픽스사의 다양한 기종을 이용하여 작업을 하는데 패사디나의 아트센터에는 약 33대의 알리아스 워크스테이션이 GM의 기금과 알리아스의 후원으로 기증되어 산업디자인과의 학생들은 물론 영화 전공 학생들까지도 3D 모델링이나 애니메이션 작업을 프로 수준까지 진행할 수 있도록 완벽한 리코딩 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대개 자동차 디자인학과 학생들의 성향을 보면 아티스틱한 성격이 강한 경우 컴퓨터의 응용을 그다지 달가워 하지 않는 반면, 다소 실기력에서 뒤떨어지는 경우에는 대개가 적극적으로 컴퓨터에 집중하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 아직까지 미국의 빅 3와 같은 회사 내에서는 적극적으로 이 컴퓨터 시스템을 응용하여 모델 생산까지 연결시키지는 않지만 부분적으로 많은 디자인이나 모델링 공정에 이용을 하곤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자동차 디자인 기본 개념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예술적 감각이 먼저 스타일링적으로 표출되어 그것이 점차적으로 현실에 맞도록 차츰 다듬어지는 부분을 컴퓨터 같은 기계가 절대로 대치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디자이너와 컴퓨터간의 균형을 통한 효율성이 중요

컴퓨터의 이용에 있어서 상당히 개선은 되었지만 여전히 다루기 어려운 부분은 그대로 남아 있고 어떠한 과정은 오히려 사람의 수작업보다 훨씬 시간이 걸리게 되므로 디자이너의 개성과 능력 그리고 컴퓨터의 효율성이 적절하게 어우러져야만 성공적인 디자인 프로세스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즉 디자이너가 가장 잘할 수 있는 한계와 컴퓨터가 가장 이상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한계를 적절하게 구분 지어 활용한다면 디자인 프로세스 효율성의 극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이 포트폴리오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의 프로세스를 통하여 단계적으로 컴퓨터의 효율성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여기에서 소개하는 프로젝트는 2가지로 구분이 되는데 먼저 7학기에 진행했던 메르세데스 벤츠 300SL, 디자인 프로젝트와 8학기의 졸업 작품이 되는 BMW의 로드스터 디자인 프로젝트이다. 컴퓨터를 이용한 프로세스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하기 위해서 일부러 2개의 프로 젝트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벤츠 300SL 디자인 프로젝트

메르세데스 벤츠가 생산하는 모델 중 가장 보편적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300SL. 스포츠 쿠페의 이미지를, 기존의 보 수적인 느낌에서 탈피하여 보다 강하고 대담 한 분위기로 이끈 스타일링이 독특하다. 다소 직선적이고 둔탁한 느낌이 일반적인 메르세데스 벤츠의 이미지라면 그것을 과감 히 탈피하여 과거의 부드럽고 유연한 분위기의 노스탤지어를 접목시키고 헤드램프나 테일부의 그래픽을 보다 특이하게 강조함으로 써 전혀 새로운 이미지의 형성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모터사이클을 응용한 BMW 로드스터

최종 클레이 모델의 측면도에서 볼 수 있 는 것처럼 프런트 오버행이 대단히 짧고 반 면에 리어 오버행이 상대적으로 길어짐으로 써 다이내믹하고 스피디한 비례감을 연출하 고 있다. 면 처리 역시 지나치게 과도하지 않으면서도 다소 과감한 흐름성을 가미하여 스포츠 쿠페답게 근육질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또한 그린 하우스(보디면 상단, 즉 유리로 구성되어 있는 부분)를 상대적으로 기존의 보편적인 사이즈보다 작게 하여 안정감 있는 비례 감을 유도해내고 있다. 기존의 모터사이클의 메커니즘을 응용하여 경량급이면서도 다이내믹하고 스피디한 로드 스터의 디자인 프로젝트이다. 기본적으로 2대의 모터사이클의 사시와 엔진을 접목시 키는 개념으로서 조립의 간편성과 구조의 견고 성 및 스타일링의 첨단성을 주테마로 삼고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이러한 개념을 스타일링 자체에서 잘 살펴볼 수가 있다. 샤시의 외부 노출과 부분적으 로 오픈된 도어. 그리고 타이어를 감싸고 있는 펜더 부분과 쇼크 업소버 및 머플러 등의 메커니즘이 부분적으로 노출되어 있어서 대단히 와일드한 느낌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다. 

 

초기 단계에서는 사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아이디어 스케치와 컨셉트 렌더링 등을 기존의 표현 기법을 통하여 보여주고 있고 일단 개괄적인 개념이 정해진 후에는 알리아스 워크 스테이션 시스템을 응용하게 된다. 먼저 을 부분의 기본 선도 작업을 통하여 면을 형성하여 모든 면이 완벽하게 완성되면 반대면으로 복제를 하게 된다. 여기서는 인테리어는 디자인하지 않고(대단히 복잡하고 익스테리어보다 5~8배까지 시간이 걸리게 되므로) 보디 스타일링만을 전적으로 취급하 고 있다. 기본적인 보디, 펜더, 타이어, 샤시, 쇼크 업소버, 머플러, 램프, 헤드레스트, 휠 캡 등 의 모든 부위들을 따로 도면을 그려 최종적으로 한꺼번에 조합을 하게 된다. 컬러 지정 도 부위별로 따로 하여 부분별로 구별이 쉽 도록 하였고 아울러 재질감도 다양하게 살리 고 있다. 즉, 이러한 기본적인 와이어 프레임(Wire Frame) 작업이 끝나면 계속 컬러링을 적용하면서 이상적인 색상을 찾아내게 되고 또한 라이팅도 여러 방향에서 변화를 주어가면서 직광, 반사광, 스포트라이트 효과 등 실제적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다. 라이팅이나 컬러링 및 렌더링의 마감 수준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이 다양하다.

 

비교적 최신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인디고(Indigo) 2 기종에서 그림 18과 같은 렌더링을 하려면 대개 20~30분 정도가 걸리므로 보다 완벽한 렌더링을 위해서는 수많은 시안을 거치기 때 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백그라운드나 리플렉션 등을 처리하 고 싶다면 부가되는 시간은 더욱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대개 여기에서 보여지는 모델을 완성하기 위하여 1학기 중 반을 컴퓨터실에서 밤새워가며 씨름을 하게 된다. 여기에서 진행된 모든 데이터나 수치 등은 컴퓨터에서 그대로 3차원 오비탈(Orbital) 밀링 머신(모든 방향으로의 절삭이 가능한 공작 기계)으로 전송되어 실질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지만 아직도 밀링 날의 사이즈나 데이터의 양 때문에 세밀한 부분은 대개 클레이 모델러의 손에 의해 작업이 이루어진다. 대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프로젝트는 기본적인 콘셉트, 아이디어 스케치 이후에 최종화 된 렌더링. 그리고 풀 사이즈 렌더링을 경우에 따라 제작하고 클레이 모델링을 통하여 작업을 완료한다. 이 BMW 프로젝트는 기본 콘셉트 스케치 이후의 모든 작업을 알리아스 시스템으로 하도록 하여 클레이 모델 대신 컴퓨터 모니터에서 모델을 프레젠테이션하는 한편, 약 10초 정도의 애니메이션까지 제작하여 TV와 VTR을 통하여 최종 프레젠테이션까지 한다. 이를 보며 세상이 무척 빠른 속도로 진보해간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오토 디자인 포트폴리오' 시리즈를 마감하면서 지금까지 많은 도움을 아끼지 않은 아트센터(Art Center College of Design) 동문들과 제자 AUTO지의 집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처음 작은 뜻을 가지고 힘들게 시작한 자동차 디자인의 분위기 고취라는 취지가 어느정도 이루어져가고 있음을 믿으며 자기 발전 을 위해서 더욱 정진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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