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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디자인 (Car Design)

자동차 디자인의 진화 - 캐빈 포워드 프로포션 (Cabin Forward Proportion)

by 이를리에 2022. 11. 4.

지난호에 자동차 디자인의 신고전주의를 다룬 데 이어서 이번호에도 자동차의 새로운 경향이라 할 수 있는 캐빈 포워드 프로포션을 소개한다. 이는 자동차 비례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카울 포인트를 앞으로 이동하고 윈드 실드 글래스 각도를 더 눕혀서 앞뒤 오버행을 짧게 하는 것 등을 의미한다.

글 / 최수신 (기아자동차 디자인실)

자동차 디자인의 진화 과정은 비례의 변화 과정

자동차의 디자인은 어떠한 방향으로 진화하는가. 한 시대의 자동차들을 보면 거의 모두가 비슷 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각 자동차들이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모든 사람이 눈 달릴 곳에 눈 달려 있고 손 달릴 곳에 손 달려 있듯이 기본적인 맥락은 같다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보다 새로운 디자인을 위해서는 자동차를 구성하고 있는 외형적인 비례를 다르게 하는 것이 효과 적이다.

 

비례감이란 각 부분의 크기나 길이, 무게 등이 서로 다른 것에서 오는 감각으로서, 사람으로 치면 같은 키의 사람이라도 상체가 비례 적으로 더 긴 사람보다는 하체가 더 긴 사람이 훤칠해 보인다는 것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혹자는 클레오 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더 길었으면 세계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라는 말로 아름다움에 있어서 비례의 중요성을 논하기도 하였고, 비너스 등 유명한 그리스의 조각들은 거의 모두가 8등신의 비례로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기원전의 그리스에서는 이미 사람들의 감각에 가장 보기 좋은 비례를 소위 황금비례(혹은 신성한 비례)라고 하여 신전의 건축 등에 적용하여 왔는데, 이는 오늘날까지도 거의 모든 책이나 종이의 기본 가로 • 세로 비례 등에 적용돼 어오고 있다. 비례의 중요성은 이외에도 얼마든지 있는데, 자동차 디자인의 진화 과정은 바로 이러한 비례의 변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초기의 차는 2박스 구조로 포드T형처럼 윈드쉴드가 수직에 가까운 형태였는데 공기저항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
1924년형 부가티 T35. 엔진출력을 높이기 위해 엔진룸을 크게 만들었다.

자동차 디자인에 있어서의 비례감의 중요성을 알기 위해서는 자동차의 역사를 간략하게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초기의 자동차는 '마차 의 돌연변이'였으므로 나름대로 정착된 비례감을 가질 수가 없었으나, 굳이 분류하자면 객실이 엔진 등 기계 위에 위치한, 즉 캡 오버 엔진(Cab over engine ; Cab은 Cavin의 약어로서 승객실을 말함. 즉 엔진 위에 승객실이 있는 형태) 구조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러한 구조는 1900년대에 접어들면서 속도와 안정성을 높이기 위하여 엔진이 앞으로 배치되고 그 위에 사람이 앉는 구조로 바뀌면서 본격적인 형태가 잡히기 시작하였다. 크기에 비해 두배 정도로 긴 비례를 유지해오고 있었다. 이러한 차체 비례가 안고 있는 문제는 자동차 전체의 크기에 비하 여 승객이 탑승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 작다는 점이다. 즉 사람을 위한 공간보다는 기계 자체를 위한 공간 이 더 크다는 문제로서, 이는 두 차례에 걸친 오일 쇼크로 인하여 소형차 개발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더욱 대두되었다.

 

캐빈 포워드라는 새로운 프로포션으로 진화

소형차를 주로 개발해온 혼다와 같은 메이커들은 소위 M-M 콘셉트(Man-maximum, Machine-Minimum concept)라는 개념으로 가능한 한 사람이 타는 공간을 넓히기 위하여 엔진의 소형화, 각 기계 부품의 콤팩트화 등을 추구해오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인 진전에 힘입어 최근 자동차 디자인은 캐빈 포워드 (Cabin Forward)라고 불리는 새로 운 프로포션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엔진이 고도로 소형화되고 실내 공간이 확대되면서, 앞에 말한 M-M 콘셉트를 보다 충실히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고 있는데, 캐빈 포워드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엔진 부분은 길고 승객실 부분은 짧은 도페도 스타일은 스피드를 즐기기 위한 차들을 중심으로 유행하기도 했다.

탑승 공간(passenger compartment) 을 확대하기 위하여 카울 포인트(cowl point ; 윈드실드와 보네트가 만나는 지점)를 앞으로 이동하고 윈드실드 글라스의 각도가 더 눕게 되며, 프런트 오버행(front overhang ; 차체 앞 끝에서 프런트 액슬까지의 거리)을 줄인다. 또 리어 오버행(rear overhang : 차체 뒤에 서 리어 액슬까지의 거리)도 줄여, 휠베이스(wheelbase ; 축간의 거리)를 늘인다.

 

물론 이렇게 하는 데에는 기술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곧 발표될 그라이슬러의 한 모델은 일반적으로 프런트 훨 아치(wheel arch ; 타이어를 위한 개구 부) 뒤에 위치하는 카울 포인트가 휠 아치 중앙에 위치할 정도로 전진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전후의 오버 행이 짧아진 데다가 차체의 곡면화 가 더욱 진전되어 보는 각도에 따라 서는 오버행이 실제 이상으로 짧아 보인다. 혼다 비트(Beat)나 도요다 소아라 (Soarer), 마쓰다 센티아 (Sentia) 등은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차체 비례로 얻어지는 장점

이러한 차체 비례의 변화로 얻어지는 것은 공기역학 특성 및 주행 안정성의 증대, 그리고 실내 공간의 확대 등이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자동차가 더욱 움직이는 느낌을 갖게 되는데, 이는 카울 포인트가 앞으로 이동함으로 해서 자동차의 시각적인 무게중심(visual center of gravity)이 앞으로 이동하게 되기 때문이다(종래의 자동차는 시각적인 무게중심이 차량의 전방에서부터 약 3/5 지점 부근에 설정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따라서 스포츠카 등, 속도감을 강조하는 것이 필요한 자동차를 중심으로 캐빈 포워드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특히 모터쇼에 발표되는 콘셉트카들의 경우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심지어 뷰익(Buick)이 디자인한 와일드캣 (Wildcat)의 경우는 자동차의 앞과 뒤를 혼동할 정도로 캐빈 포워드를 강조한 바 있다.

 

 

캐빈 포위드의 가장 큰 장애는 파이어 월 (Fire wall ; 엔진 룸과 실내를 막고 있는 차단 패널. 이 패널의 위치와 카움 포인트의 위치는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다)을 전방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점인데, 미드십 (Midship)이나 리어엔진 자동차의 경우에는 차량의 초기의 자동차는 2박스 구조(차체가 지프처럼 엔진실과 승객실의 두 부분으로 분리된 형태)가 주류를 이루었는데, 포드 T형에서 보는 것처럼 윈드실드가 거의 수직으로 서 있는 형태로 되어 있다.

 

이러한 형태는 만들기는 쉽지만 공기저항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점차 윈드실드의 각도가 눕는 방향으로 변화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엔진의 출력을 높이기 위하여 엔진 룸을 크게 만들 게 되면서, 엔진 부분은 길고 승객실 부분은 짧은 토페도(Torpedo) 스타일이라고 부르는 독특한 형태가 만들어져 스피드를 즐기기 위한 차들을 중심으로 유행하기도 하였 다.

 

이러한, 앞이 길고 뒤가 짧은 프로포션(proportion) 후로도 계속되어, 전형적인 세단형인 3박스 (차체가 엔진 , 승객실, 화물실의 부분으로 나뉘는 형식) 구조로 발전된 후에도 보네트 부분이 트렁구조 때문에 유리한 점이 있다. 사람이 비교적 전방에 위치하기 때문에 충돌시 승객의 보호가 비교 불리한 단점이 있고, 카울 포인트 를 전방으로 이동함에 따라 윈드실 드 글래스 면적이 넓어지게 되어 냉방에 필요한 성능이 높아져야 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디자인 이미 지에 있어서 캐빈 포워드 방식은 자동차를 보다 동적으로 보이게 하기 때문에, 스테이터스 심벌( Status symbol ; 사용자의 품위 지위를 나타내는 역할로서의 제품)적인 측면으로서의 자동차에 적용하는데는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다고 생각된다. 자동차 디자인에 서는 반드시 어느 한쪽의 경향만이 좋다고 수는 없기 때문에 앞으로 새로운 방향으로의 디자인 진화 기대된다.

 

[글과 그림은 저작권은 출판사와 저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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