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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디자인 (Car Design)

다운-로드 그래픽 - Down the Road graphic

by 이를리에 2022. 11. 7.

'도로를 달리는 상태에서의 형태'를 다운-로드 그래픽이라고 한다. 이것은 자동차 스케치나 컨셉트 모델을 만들거나 다른 자동차의 특징을 파악할 때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글 / 최수신(기아자동차 디자인부)

자동차의 첫인상은 매우 중요하다. 지난달에 설명한 자동차의 프로포션은 자동차 디자인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같은 프로포션을 가진 자동차인 경우에는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다운 로드 그래픽 (Down-the-Road Ghraphic)이라고 하는 것인데, 이는 단어 그대로 도로를 달리는 상태에서의 형태를 의미한다. 자동차는 원래 두 얼굴을 가진 놈이다. 쇼룸에서 자신을 선택할 사람을 기다릴 때에는 다소곳한 매력이 있고 또 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지만 도로를 달릴 때에는 순간순간 번쩍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물 같은 인상을 표현한다. 사실 자 동차는 달리기 위해서 있는 것이지, 가만히 아름답게 서있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마굿간에 가만히 서서 졸고있는 것보다는 거침없이 달리는 것이 말의 제 모습인 것과 같은 이치이다.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의 자동차의 아름다움은 박제를 해놓은 동물과도 같다. 이렇게 자동차를 실제의 상황에 놓고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범하기 쉬운 실수 중의 하나는 자동차를 너무 가까이 보고 판단하게 되는 경 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는 스케치를 할 때도 마 찬 가지이고 모델을 만들 때에도 마찬가지인 데, 전체적인 그래픽을 보지 않고 라디에이터 그릴이나 도어 핸들, 램프 등의 디테일에 집착해서 한쪽에 치우친 표현을 한다든가, 심지어는 전체와 하모니가 이루어지지 않는 디자인을 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가 있다. 

 

세부적인 부분을 의식적으로 보지 않는 연습 필요

일반적으로 도로에서의 자동차의 감각, 즉 다운 로드 그래픽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자동차는 최소한 7미터 이상의 거리에서 보아야 한다. 또는 필요 이상으로 세부적인 부분을 생략해 보기 위해서 눈을 가늘게 뜨고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어느 정도 훈련이 되기까지는 세부적인 부분을 의식적으로 보지 않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자동차의 숫자에 비해 자동차의 종류가 적기 때문에 그렇지 않지만 선진 외국의 거리에서는 아무리 오래 서있어도 같은 종류의 차를 만나기가 어렵다. 이러한 경우, 자동차를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은 자동차의 디테일 디자인이 아니라, 바로 다운 로드 그래픽이다. 특히 아우토반 같은 고속도로를 달릴 때 다운 로드 그래픽이 확실한 자동차는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유럽의 자동차 가운데에서도 특히 메르세 데스 벤츠나 BMW, 포르쉐 등 독일의 자동차들의 형태적인 아이덴티티가 강하고, 인지도가 높아질 수 있는 것은 바로 명확한 다운로드 그래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사실 디테일한 부분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하더라도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에서는 전혀 알아볼 수가 없다. 단순히 쉽게 알아볼 수 있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자 동차의 특징을 빨리, 분명하게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소임을 하는 포인트인 것이다.

사진과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그 자동차의 특징을 가장 잘 알아보게 하는 것은 그 자동차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폴크스바겐 골프와 푸조 306의 패키지나 제원은 거 의 같고, 자동차의 용도도 같지만, 다운 로드 그래픽 상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멀리서 언뜻 보아도 구분이 가능한 것이다. 더 나아가서 골프의 그래픽은 독일적이고, 푸조 306의 경우는 프랑스적이라는 느낌마저 느낄 수 있다.

 

다운로드 그래픽의 요소는 대개 다음과 같다. 

  1. 그린하우스 - 자동차의 윈드실드 글라스, 사이드 윈도, 백 라이트 글라스 등 그린하우스의 D.L.O에 해당하는 글라스 에어리어.
  2. 램프류 - 전후의 램프들의 그래픽적인 형상.
  3. 타이어 및 휠 하우스 오프닝 부분.
  4. 라디에이터 그릴이나 벤틸레이션 그릴.
  5. 보디 사이드 프로텍션 몰딩이나 가니시 패 널 등 블랙으로. 처리되는 부분.
  6. 블랙으로 처리되어 있는 경우의 범퍼.

이러한 부분들을 블랙이라고 생각하고, 차체의 나머지 부분을 흰색이라고 가정하면 마치 강한 컨트라스트를 주어 흑백으로 처리한 것과 같이 전체적인 윤곽이 강하게 드러난다. 이렇게 나타난 윤곽을 하나의 그래픽적인 형태 (figure)로 보는 것을 바로 다운 로드 그래픽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중에서도 사이드 글라스 윈도의 그래픽은 상당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서 골프의 윈도 그래픽과 같이 전후 도어의 글라스를 각각 분리한 경우는 단단해 보이기도 하고 분주해 보일 수도 있는 반면에, 푸조 306과 같이 연결감 있게 디자인된 경우는 시원스러우면서도 약해 보일 수가 있는 것이다. 또 스포티한 느낌을 주려면 윈도의 그래픽 윤곽을 부드러운 곡선으로 하면 된다. 헤드램프도 마찬가지이고, 다른 부분의 형태도 마찬가지이다. 마치 실루엣을 가지고 인물의 느낌을 판단할 수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같은 패키지 레이아웃에서도 상당한 이미지의 차이를 나타낼 수도

자동차를 디자인할 때에 대개 스케일 모델을 이용한 컨셉트 디자인 단계에서는 바로 이러한 점에 가장 중점을 두고 다양한 아이디어 중 뛰어난 것을 선택하게 된다.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드는 스케치 작 업을 한 후 이를 3차원적인 이미지로 발전시켜보기 위하여 스케일 모델을 만드는데, 이때에는 이미 기본적인 패키지 레이아웃이 확정된 경우일 것이다. 따라서, 패키지 레이아웃을 변경해가면서 전체적인 디자인 이미지를 바꾸는 작업은 불가능하지만, 같은 레이아웃에서도 얼마든지 다른 인상을 주는 것이 가능한 일이다. 닛산 세피로의 디자인 개발을 위한 1/4 모델의 예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같은 패키지 레이아웃에서도 상당한 이미지의 차이를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스케치나 컨셉트 모델을 만들거나 다른 자동차의 특징을 파악할 때에는 세부적인 부분에 시간을 빼앗기지 말고 이러한 다운 로드 그래픽의 관점에서 전체적인 이미지를 파악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글,사진의 저작권은 출판사와 작가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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